사순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성삼일 전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성주간 목요일은 오늘 주교는 자기 교구의 사제들과 함께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하며 성유를 축성 축복하고, 사제들의 서약 갱신과 함께 사제들의 일치와 결합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교구 내의 사목자들은 성유를 받아 가 일년 동안 성사(세례, 견진, 병자, 성품)를 집전할 때 사용합니다. 이로써 성사 집전에서 교구 전체의 연대성이 드러나게 되지요.
또한 교회는 주님 만찬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날 밤에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셨습니다. 이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그들에 대한 크나큰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제자들과 그 후계자들은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이 만찬을 미사로 재현합니다.
저는 성유 축성 미사는 직접 참례하지 못하고 교구에서 유투브로 생중계 해주어 온라인을 통해 참례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주님 만찬 미사 전례봉사를 했습니다.
벌써 몇 년이나 전례봉사를 해오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미사에 봉사를 하는 건 늘 긴장이 되네요.
미사 두 시간 전부터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복사들과 함께 미사 시작부터 발씻김 예식 그리고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를 옮겨 모심'까지 좀 더 거룩한 전례가 되도록 집중해서 연습했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을 본받아 본당 공동체를 대표하는 교우들의 발을 씻김 예식을 있었습니다.
발을 씻겨 주시는 사제, 씻김을 받는 교우들 그리고 함께 미사를 참례하는 우리 모두에게 이 시간은, 주님께서 실천하시고 강조하신 이웃 사랑과 봉사의 계명을 마음에 깊이 새기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영성체를 마치고 나서는 성당 감실에 계시던 성체를 수난 감실에 모셨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지금 이 시간에도 모든 본당 공동체 교우들이 시간을 나눠 밤새도록 성제조배를 하며 예수님과 함께 했겠지만 작년부터 올 해는 그러질 못해 아쉽네요.
하지만 모든 교우들이 몸은 따로 있지만 마음만은 수난 감실에 계시는 예수님과 함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난 감실에 성체를 모신 사제는 다시 성당으로 돌아와 제대를 모두 치웁니다.
사제는 제대 위에 모든 것을 치우면서 비록 침묵 중이지만, 겟세마니 동산에서 외로이 계시는 주님의 고통에 참여하도록 호소하십니다. 우리 죄 많은 인간을 위하여, 우리 인간과 항상 함께 하시기 위하여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남겨주신 주님의 끝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말끔하게 치워진 제대와 더불어, 성당 내의 십자가와 성모상에는 보락색 천이 씌워집니다.
더 이상 성당에는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지요.
이제 내일은 오후 3시에 십자가의 길과 저녁 8시에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이 거행됩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난 중에 계시지만 그렇기에 부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겠죠?
모두 주님의 부활을 기대하며 남은 성주간 일정을 거룩히 잘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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